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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디카시문학상 (커버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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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디카시문학상
  • 평점평점점평가없음
  • 저자양태철 
  • 출판사현대시문학 
  • 출판일2022-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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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시는 감각적 이미지를 사용한다. 즉 시각, 청각, 미각, 후각, 촉각을 활용하여 만든 이미지인데 이를 심상(心象)이라고 한다. 추상명사인 ‘사랑, 희망, 의지, 그리움’ 등은 모두 추상적이라고 하며 감각적 경험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감각적 이미지중 하나를 사용한 글이 시(詩)인 것이다.

사과 속에 자양소인 비타민이 있지만 보이지 않는 이치와 같다. 눈에 보이면 그냥 진술하면 되지만 보이진 않지만 분명 생명력은 안에 감추어져 있다. 따라서 감추어진 생명력을 구체화하고 형상화한다면 시가 되는 것이다. 랭보는 <조르즈이장바르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나는 생각한다고 말하는 것은/ 잘못이다/ 누군가 나를 생각한다고 말해야 할 것이다/ 말의 유희를 용서하라/ 나는 타자이다.”라고 하면서 견자(見者)가 되라고 한다.

견자란 예견자(Seer)라는 의미이다. 견자가 되기 위해서는 감각의 착란을 통해서 이성적인 지각 능력이나 이해 능력을 혼란 속에 빠뜨려야 한다. 해서 견자가 되기 위해 랭보는 미지의 것과 새로운 것을 찾기 위해 천국이냐, 아니면 지옥이냐의 갈림길에서 차라리 도덕적 지옥을 택하게 된다. 다시 말하면 드러나지 않고 가려진 부분까지를 발견해 낼 줄 아는 사람이 견자이기 때문이다.

이번 현대시문학에서 수상하는 제2회 디카시문학상에서 견자적 입장에서 미지의 영역에 있는 글을 선해 본다. 낯설은 시이기 때문이다. 최종 결선에 오른 시는 이동주(뿌리깊은 나무) 시인의 <어느 제빵사의 고백>와 조인자(조우리) 시인의 <벌새>이다. <어느 제빵사의 고백>을 통해 이동주(뿌리깊은 나무) 시인은 부드러운 우리 아기를 객관적 상관물로 잡아, ‘네 안의 강물과/ 햇빛이 쏟아지지 않도록/ 안고 있을게’의 구절을 통해 제대로 감정이입이 되는 좋은 작품이다. 하지만 시가 정형화한 느낌이 드는 것은 견자적 시각에서 보면 아쉬움이 남는다.

심사위원들은 조인자(조우리) 시인의 <벌새>를 대상작으로 선한다. ‘담장너머 어설프게 꽃이 손 내밀면/ 달 깊은 밤/ 은하수가 내린 저녁/ 님은 한솔 따라 가는 길/ 오늘도 고요히 그대만 생각하고/ 책은 어설프게도 간과하며 대강 읽고..’ 시의 생명이 미지의 촉을 찾는 데 있어서 첫 행의 중요함은 말할 필요가 없다. 꽃이 어설프게 손을 내밀면서 촉각의 이미지를 마치 곤충을 잡아먹는 풀을 연상시킨다. 너무나 엉뚱하고 뜻밖이라서 이성적인 이미지를 깬다. 바로 견자로서 자신을 타자로 생각해서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깊은 밤’이라는 표현과 ‘은하수가 내린 저녁’이라는 범위를 확대해 나가서 ‘님은 한솔 따라 가는 길’ 먼 미래를 지향해 내는데 성공한다. <벌새>의 마지막 3행에서 ‘애틀란타 코스타리카 숲속은 우거지고/ 우수수수 벌새들이 이남으로 날아갑니다./ 밀림은 우거지고 꿈들은 달아나 버렸습니다’라고 표현하면서 영원한 이미지를 찾아 떠나는 랭보의 <취한 배>가 연상이 되는 작품이다. 좋은 작품을 대상작으로 선정하게 된다. 수상하신 분에게는 축하가 수상하지 않으신 분에게는 분발을 바란다.

- 심사위원: 양태철 문학평론가, 장계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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